[극난저 자연임신] 4주 차. 난임병원에 다시 가다.
물혹과 휴가로 잠시 쉬었던
시험관(과배란-채취) 재개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확인한 자연임신.
시험관을 시작 한지 8개월이나 지났지만,
이식도 한 번 시도해보지 못하고
채취로 배아만 모으다 맞이한, 너.
비슷한 시기에 시험관을 했던 지인들을 보면,
이식이 채취보다
몇 배 더 힘들고 긴 과정 같았다.
남들은 이식을 한 두 번 해보는 1년여의 시간 동안
나는 이식 한번 못해보고 채취만 하였기에
임신까지 남들보다 더 오랜 시일이 걸릴 거라 늘 마음을 비워왔는데,
그래서 이대로 잘 유지가 되어
건강한 아기를 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복이겠구나 싶다.
과배란을 했어야 할 지난 달.
그래도 아직 신혼인데 지금을 소중히 보내자며
과감히 시험관을 쉬면서
먹고 싶은 것 잔뜩 먹고 와인도 맥주도 마시고 마음 편히 보낸 열흘 간의 여행 마지막 날 찾아와 준 기적같은 씨앗
하지만 사람 일은 어찌 될지 알 수 없기에.
긴장을 놓지 않고, 늘 마음 한편에 잘 못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지금 이 순간의 감사함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것 같은 요즘.
그래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차근히 모아보는
“현재”의 기록
보통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주수를 계산하지만,
이는 생리주기가 28일이라는 가정하이고,
배란테스트기로 테스트해 봤을 때,
나의 배란일은 마지막 생리 11일 뒤였다.
허에 이를 기준으로 기록해 보는 임신 4주 차의 일기
[3주 6일]

남편 지인 결혼식에 따라갔다가,
몸보신 겸 근처 장어덮밥 맛집에 찾았다.
논현역 유나기
서초사랑상품권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맛집👍
[4주 1일]
한 달 전 이건 놀고먹는 휴직자나 가능한 거 아니냐 싶은
장장 4시간 넘는 기다림 끝에 예매한
단풍철 화담숲.


3살 조카, 부모님과 동반했는데
다행히 모노레일 사전예매 없이도 둘러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20분 정도 대기 후에 모노레일을 탈 수 있었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천천히 걸으니 3시간이 지나
마지막엔 식당 예약에 쫓겨 여유롭게 구경하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10시 표를 구해야지 :)
[4주 2일]
원래대로라면 생리 시작일 3일 차.
과배란을 시작하려 예약해뒀던 차병원에 갔다.
두 달 동안 이우식 선생님 진료 날만을 기다려왔기에,
설사 자연임신이 되었다 해도
이곳에서 임신 확인을 받고 싶었다.
“생리시작하셨어요?”
시작 첫날 가면 간호사님이 늘 진료 전 하는 질문.
다른 시술 환자들에게 혹 들릴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원래 오늘 생리 3일 차라 예약했는데,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니 두 줄이 나와서요...”
마지막 생리일을 묻더니,
아직 초음파 볼 때가 아니라서 진료 후
피검사를 하고
결과는 오후에 전화로 안내할 거라 얘기해 주셨다.
오랜만에 피를 뽑고 집으로 귀가 한 날.
진동소리를 못 들을 까봐, 힐끔힐끔
핸드폰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이제 연락올 때가 됐는데...
이상하다 하고 핸드폰을 본 순간
남겨있는 부재중 전화.
다시 걸어봤지만 공용 번호이기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뒤 간호사실에서 발송된 문자.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위에는
채취 후 동결배아가 발생하지 못했다는 지난 6월의 문자가 함께 보였다.
그랬다.
설마 진짜야? 싶던 두줄이
다시 한번 피검사로 확인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