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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난저 자연임신 그 후] 임신 28주차.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임신 일지

by 아삭이복숭 2024. 4.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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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판정받은 극난저로 냉동 배아 하나도
얻기 어려웠던 시험관의 시작.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각오로, 훗날 그때를 뒤돌아보기 위해 시작하게 된 블로그가 벌써 1년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시험관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기대하지 못하게 자연임신이 되었고,
담대하게 지난날을 되짚던 이 곳에서의 기록은,
지금 현재의 뱃속의 태아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남편의 생일을 앞두고,
생일 카드에 쓸 내용을 생각해 보다가,
문득 작년 이맘때와 달라진 현재에 모습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올라온다.


비슷한 건 10여 년간 계속해왔던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는 것 단 하나.
그때는 임신을 기다리며 난임휴직으로,
지금은 출산을 기다리며 육아 휴직으로.


겨울 이불을 정리하며 태교에 좋은 음악을 듣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 맘때에도 비슷한 음악을 들었지만,
그때는 비록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없다는 불안함과
남편이 출근하는 동안 혼자 집에 있으며 가끔 외로워지기도 하는 마음을 다스리고,
지금 내 삶에 감사함을 잃지 않기 위해 명상의 느낌으로 음악을 들었었는데..

지금은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것을 들려주고 싶어서,
태아에게 말을 걸며 음악을 듣고 있다.

신기하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이지만 덕분에 이전과 달리 혼자 오랜 시간 집에 있어도 외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에 느꼈던 뭔지 모를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매일 꾸준히 느껴지는 태동과 함께 그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덧 임신 28주. 임신 후기에 들어서며
터질 것 같은 흉부 압박감, 역류성 식도염 등 중기와는 또 다른 여러 가지 증상과 무거워진 몸이 버겁기도 하지만, 만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한다.



며칠 후면 아산병원에 진료를 간다.
서브 병원에 다니며 초음파를 수시로 보고 태아를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초음파를 자주 봐도 좋지 않다는 교수님의 말을 지나칠 수 없어,
내 궁금증으로 스트레스를 주느니,
태아는 건강하다고 매일 태동으로 신호를 주고 있으니 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진료를 기다렸다.



아이를 기다리는 지인들,
그리고 또 지난날의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충만함과 기쁨이 오래지 않아 찾아오기를,
그리고 뱃속의 아이와 건강하게 마주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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