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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H 0.22] 시험관 이야기7::장기요법 (feat. 영양제, 엄마의 시간)

난임 일지

by 아삭이복숭 2023. 9.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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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채취 후 열흘 뒤,
이우식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다음 과배란은 장기요법으로 진행해 보자고 하셨다.

지난달 생리 2일 차 초음파에서
이미 2개의 난포가 1cm 가까이 커져있었다.
5-6개의 난포가 보였지만, 배란 주사를 맞아도 이 커다란 2개의 난포와 나머지 난포들 사이의 크기 차이는 좁혀지지 못했고
채취 개수 또한 2개가 전부였다.
 
선생님께서는 생리 전부터 난포가 자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는 뜻이니
이번에는 생리 전부터 주사를 맞아 난포가 미리 자라는 걸 방지하고 고르게 키워보자고 하셨다.
 
 

진료실을 나선 후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극난저에게 장기요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있고,
난소기능이 떨어진 극난저에겐 폐경을 유도하는 주사라며 장기요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이우식 선생님과 장기요법을 진행한 후
결과가 좋지 않아 전원 한다는 블로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어떤 방법이 적당한 지, 나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전원을 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을 믿고 장기요법을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장기요법에 따라 이번 달은 쉬고,
다음 달 생리 예정일 10일 전에 병원을 방문하라 하셨다.

채취 후 생리가 빨라지기도 한다던데,
이번 예정일도, 다음 예정일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확한 날짜를 계산해보려고
배란 테스트기로 배란일을 확인하고
그로부터 2주 뒤로 병원 방문 날짜를 정했다.

아니 그런데 웬걸, 하루 이틀 예약을 미뤘더니
2주 내로 이우식 선생님 예약 가능 날짜가 없었다 :(

그래도 당일접수보단 예약이 나을 것 같아서,
다른 선생님으로 대진 예약을 하고, 장기요법 첫 진료를 보았다.
 
로렐린 0.2cc를 처방받아 매일 주사하되
생리 시작 2~3일째에, 생리가 없으면 주사 처방 14~15일째에 병원에 방문하라는 안내를 받고 귀가했다.
 


그렇게 열흘 간 로렐린을 맞으면서 생리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동안 거쳤던 두 번의 과배란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바로...
 

 
탈모....
 
 

산후탈모란 이런 것인가 싶게 갑자기 어느 날부터 
머리카락이 말도 안 되게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머리카락이 적지 않게 빠지는 편이었지만
문득 빠지는 양이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닫고
머리를 말릴 때 떨어진 머리카락을 세어 가늠해 보니
하루에 최소 300여 개가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거울을 보았다.
가르마가 이전보다 넓어진 느낌이었다.
또한, 월경 증후군처럼 감정 기복이 컸다.
 
이때가 시험관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우울했던 시기였다.
빠지는 만큼 쑥쑥 자라나기를 소망하며
한평생 즐겨 먹지 않았던 두유와 두유+블루베리+견과 음료를 매일 챙겨 먹었다.
심지어 탈모 샴푸도 쓰기 시작했다.

검은콩 중에 당도가 낮은 편인 밥스누 두유


 
 
탈모를 참아가며 주사를 맞은 지 11일째,
 
주기에 따른 예상일이 지났지만 생리가 시작하질 않았다.
 
생리 시작을 촉진하는 혈자리(자궁혈)를 찾아
열심히 마사지를 하고 잤다.

 

다음 날, 그 덕분인지 피 비침이 시작되었다.
억지로 유도해 낸 생리라 그런가.. 평소랑 양상이 달라
반신반의하며 다음 날 병원을 찾았는데, 
다행히 피비침만 있어도 생리로 본다며 과배란을 시작하신다고 하셨다.
 
 

탈모를 인내하며 로렐린을 열심히 맞은 덕분에
이번에는 난포가 0.4mm로 
많이 커져있지는 않았다.
 
로렐린의 용량을 0.1cc로 줄여 계속해서 맞으면서
퓨레곤 200으로 과배란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과배란을 시작하면서도
배란 억제 효과의 로렐린을 함께 맞아서인지
난포가 이전보다 천천히 자라며 과배란 기간이 지난번보다 길어졌다.
6개의 난포 중에 3개가 큰 편이었고,
나머지 세 개는 순차적으로 작았다.
(1.8, 1.6, 1.4, 1.0, 0.6.. 등차수열이 생각나는 수치)
 
그리고 생리시작 후 15일째 난자 채취를 진행했다.
장기요법의 효과 덕분인지
이번엔 6개 중 4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다.


 




채취 8일 뒤
 
우리 부부에게 감격스러운 문자가 도착했다.
 


 
비록 5일까지 가지 못한 4일 배양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첫 배아
 
지난 과배란과 비교해 보이는 난포수는 비슷했지만
채취 난자는 2개에서 4개로 늘었고(무려 2배🥹),
4일 배양이지만 동결배아도 처음으로 나왔다.

누군가에겐 실망스러운 결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물혹, 조기배란, 분열 실패의 과정을 지나
시험관을 시작한 지 5달 만에 얻은 우리의 첫 배아는
우리에게는 한 걸음 나아갔다는 안도와 희망을 품는 기쁨이었다.




[시험관 3차 요약]




 
 
 



사실 첫 난자 채취 후 다음 채취까지 2달여간
나름 노력했던 것이 있다.

휴직 후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주 2회 필라테스, 단백질 포함된 샐러드 먹기,
산책하며 열심히 걷기)

첫 번째 난자채취에서 그 결과는 처참했다.

시험관 1차에서 조기배란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럽게 울다가 전화를 받아 내 좌절감을 눈치챈 친구가 있었다.
그가 지난 첫 난자채취의 결과(분열실패, 동결 배아 없음)를 전해 듣고 마음이 많이 쓰였는지 내게 책을 하나 선물해 줬다.

바로

엄마의 시간 / Rebecca Fett


처음 제목을 보고, 엄마가 돼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에세이 인가 싶었는데,

STJ 취향을 저격하는
연구 결과 기반의 과학적 정보를 정리해 놓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나와 같은 극난저에게 중요한 난자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위해 요소 포함)들을 정리하고,
방법들을 몇 가지 제시하였는데,

그중 우리 부부가 간과하고 있었던 몇 가지와 함께
영양제 복용 가이드를 최대한 철저히 따랐다.
 

이번 결과가 장기요법으로 채취 개수가 늘어난 덕분인지
우리의 노력이 뒤따라줘서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 다시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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