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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H 0.22] 시험관 이야기9::시험관 4차 - 첫 5일 배양

난임 일지

by 아삭이복숭 2023. 11.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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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차수에서 3차 만에 처음으로 배아를 얻었다.

        1차. 15일 과배란 후 조기배란
        2차. 첫 채취 - 배아 없음
        3차. 두 번째 채취 장기요법- 4일 배양 1개

선생님께서는 다음 과배란을 바로 이어서 하자고 하셨다.

나는 지난 장기요법에서 채취 난자의 개수도 늘었고
(2 -> 4개), 4일 배양이지만 처음으로 배아도 나왔기에
장기요법이 나에게 성공적인 편이라 여겼고,
다음 과배란도 장기요법을 권하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선생님은 나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으셨다.
큰 차이가 없다면 나는 당연 단기요법이 더 좋았다.
주사 맞는 기간도 훨씬 짧고,
무엇보다 로렐린을 맞으며 겪었던 탈모는 굳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아.. 그런데 장기요법 하는 동안에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졌어요... ”

말끝을 흐렸더니 선생님은 명쾌하게 답하셨다.

“그럼 단기요법으로 합시다..! ”

하지만 나는 장기요법이 더 효과가 더 좋다면 당연히 감수하려 했기에 단기요법도 괜찮냐고 되물었다.
선생님은 큰 차이 없다며 괜찮다고 하셨다.

이상하다.. 장기요법이 좀더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선생님이 둘다 괜찮다 하셨기에 믿고,
다음 과배란은 단기요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시 병원을 찾은 건 8월의 태풍이 막 지나간 후였다.

태풍의 상흔으로 거리는 흉흉했고,
아직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 강남차병원까지 가는 건 괜히 겁도 나고 꺼려졌지만, 생리 3일 차,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영차 힘을 내어 지하철을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지나간 태풍이었건만,
다들 길을 나서기 싫었던 것일까?

9시가 훌쩍 넘어 느즈막히 도착한 1층 원무 데스크.
당연히 안되겠다고 생각한 당일 접수인데,
이우식 선생님으로 접수를 해주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초음파를 보고 진료실 앞으로 가니

웬걸, 내 앞에 대기가 0명이다.


병원 전체에 사람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기가 있는 진료실도 있는데...

우리 선생님이 인기가 없어졌나..?
요상하게 섭섭한 마음도 잠시,
첫 진료부터 이우식 선생님을 뵐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먼저 입을 떼셨다.

“탈모 방지를 위해....
단기요법으로 시작합시다! “

🤣 지난 번 나의 이야기를 메모해두셨나 보다.

로렐린으로 탈모가 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셨다 하신다. 하지만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작은 감동이 일었다.


그렇게 4번째 과배란을 시작했다.

빵순이인 나는 과배란 기간에 빵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 부터 쉼 없이 연속적으로 과배란하며 건강식만 먹어온 게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간간히 좋아하는 빵을 조금 먹었다.


과배란 기간 동안 먹은 빵과 케이크




항산화제 중 유비퀴놀(코큐텐)은 복용하지 않았다.
유비퀴놀을 고용량으로 한 통 복용한 뒤
간수치가 조금 올라가기도 했고 마침 구매한 유비퀴놀을 다 먹어서 추가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두달 전부터 도서 [노화의 종말] 을 참고하여
NMN 고용량(3스쿱) + 레스베라톨 조합을
복용하고 있었고, 항산화 수액을 한번 맞았다.




나머지 영양제들은 지난 글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섭취했다.
 
 
이번 과배란은 처음부터 오전/오후에
2번의 과배란 주사를 맞았다.
과거에는 폴리트롭 225만 맞다가, 난포가 크지 않아
오후에 주사를 추가하여 맞은 적이 있었다.

지난 경력을 고려하셨는지
이번에는 바로 하루 2번의 주사로 처방해 주셨다.

이번에는 막판에 난포가 7개 이상 보이고
크기가 등차 수열마냥 줄세우기처럼 쪼로록 달랐지만,
진료 2번 만에 무난하게 채취 날짜가 잡혔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별관에서
3번째 채취

이 대기실에 몇 번 더 입장하게 될까?



이번 채취는 토요일에 이루어졌는데,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기도 했고,
앞에 시술이 길어졌는지 대기가 정말 정말 길었다.

수술이 많이 밀렸는지 5층 수술실 옆 베드에서 한참 대기하다가,
3층 탈의실 옆 대기실로 내려가서 앉아 있다가
결국 3층 수술실에서 채취를 했다.

3층 수술실은 5층과 달리 수술베드가 의자형이었다.



수술 후, 휴식을 취할 여분 베드가 부족해서일까?
수술 30분 후 간호사가 깨워 퇴원하라고 했다.

평소보다 빨리 나가기도 했고 아랫배가 싸하게 아프고 어지러워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채취 전 마지막 진료에서 1.0cm 이상인 난포가
6개 가까이 보여서 역대 가장 많았는데,
채취 개수는 지난번과 똑같이 4개라고 하여,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결국 수술실 앞 의자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터덜터덜 병원을 겨우 나섰다.
다음부터는 되도록 주말을 피해 채취일정을 잡아야겠다 다짐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감격스러운 문자를 받았다.


1개도 아니고 무려 2개의,
그리고 드디어!! 온전한 5일 배양의 배아
 
역시 이우식 선생님 말대로
단기요법이어도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새로 추가한 NMN의 항산화 효과였을까?
각종 항산화제를 복용한 지 3개월 차, 영양제 효과가 누적된 걸까?
야즈를 끊고 나의 난소가 점점 제 기능을 찾아간 걸까?
처음부터 하루 2번의 과배란 주사 처방 덕분일까?

비록 4차까지 오면서 많은 문턱에서
우리 부부는 좌절했지만,
슬픔은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고 나아가다 빛을 보았다.



[시험관 4차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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